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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101승 거둔 볼티모어, 2조3000억원에 매각…안젤로스와 굿바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주인'이 바뀐다.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안젤로스 가문이 칼라일 그룹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이끄는 그룹에 볼티모어 구단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30일(한국시간) 전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은 대체 투자 운용사인 아레스 매니저먼트 등과 손잡고 이번 매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ESPN에 따르면 볼티모어의 이번 매각 가치는 17억2500만 달러(2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1993년 피터 안젤로스 구단주가 팀을 인수했을 때 가격(1억7300만 달러·2308억원)의 10배 수준. 매각은 MLB 30개 구단 중 최소 75%의 동의를 받아야 최종 성사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루벤스타인 이끄는 그룹이 약 40%를 먼저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안젤로스 구단주가 사망한 뒤 이전할 계획이다. 이 방법을 통해 안젤로스 가문은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절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29년생인 안젤로스 구단주는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의 아들(존)이 전면에 나서는 일이 많았는데 결국 구단을 매각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워싱턴 지역 변호사로 일한 루벤스타인은 워싱턴 내셔널스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변호사 출신인 안젤로스 구단주는 부모가 그리스 카르파토스 출신인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2004년 올림픽 때는 그리스 야구대표팀을 지원하기도 했던 그는 그리스와 인연이 있는 몇 안 되는 빅리그 고위 관계자 중 한 명이었다. 정치에도 관심이 볼티모어 시의회 의원을 맡기도 했다.공교롭게도 볼티모어는 안젤로스 구단주가 팀을 맡은 뒤 긴 시간 성적이 좋지 않았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좌절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7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하는 등 과감한 세대교체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101승을 거뒀는데 이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공동 4위이자 안젤로스 시대 처음이었다.관심이 쏠린 2024시즌, 구단 주인이 바뀌는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게 됐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1.31 16:43
프로야구

미국으로 옮긴 '바람 가문'의 내전···이정후-고우석 꿈의 ML 맞대결

'바람 가문'의 내전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계속 된다. 미국 언론은 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과 고우석이 계약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고우석(26)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영입 제안)를 받았으며, LG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낸 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미국으로 출국한 고우석의 협상 기한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7시다.LG 구단이 포스팅 비용(이적료)과 관계 없이 고우석의 MLB 진출을 허용함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와 6년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처남' 이정후(26)와 맞대결에 이목이 집중된다.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초 이종범 전 LG 코치의 딸이자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해 '처남-매제' 사이다. 둘의 인연은 낯선 미국 무대 진출 첫 시즌에도 이어진다. 휘문고와 충암고를 각각 졸업하고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과 LG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후와 고우석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함께했다. 평소에도 늘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오프시즌에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같이 출연했다. 고우석과 아내의 만남도 '야구'로 맺은 인연 덕분이다. 고우석이 친구 이정후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예비 신부와 알고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가족으로 인연이 맺어지기 전부터 각별한 우정을 자랑했다. 고우석이 2019년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 중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를 앞둔 이정후에게 "나도 정후가 보고 싶다. 4경기만 하고 (대표팀에 얼른) 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에게는 고우석이 키움을 응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이정후가 발 벗고 나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진화했다. 프로 무대에서의 승부 앞에 양보는 없다. 고우석은 2019년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정후와 만나서 그를 이기고 싶다"라고 했다. 이때까지 프로 무대에서 이정후에게 4타수 무안타로 강했다. 하지만 준PO 2차전 4-4 동점을 내준 9회 말 2사 1루에서 이정후에게 처음으로 안타를 맞았다. 이어 2루까지 뺏겼다. 고우석은 제리 샌즈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교체됐다.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고우석은 2-2로 맞선 9회 초 1사 후 이정후와 7구째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PS에서 두 차례 맞붙어 이정후가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정규시즌 총 상대 전적은 10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이다. 이정후와 고우석의 자존심 대결을 무대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겨 펼쳐질 예정이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올 시즌에만 총 13차례 열린다. '바람 가문'의 내전에 한국과 미국 모두 큰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정후는 리드오프를 맡을 것이 유력하고, 고우석을 마무리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MLB 진출을 꿈꿔온 이정후와 고우석이 이제 곧 빅리그에서 꿈의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형석 기자 2024.01.03 16:15
프로야구

[IS 포커스] 고우석이 '포스팅 자격' 채운 방법과 예비 FA 신분

마무리 투수 고우석(25·LG 트윈스)은 어떻게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자격을 채웠을까.고우석은 15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신분조회 사실이 알려졌다. 신분조회 요청은 해외 구단이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 전에 하는 사전 절차. 신분조회를 요청했다고 해서 빅리그 진출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2017년 11월에는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손아섭(당시 롯데 자이언츠·현 NC 다이노스)은 물론이고 정의윤(당시 SK 와이번스·은퇴)까지 신분조회를 받기도 했다. 정의윤은 그해 전년 대비 타격 성적(27홈런 100타점→15홈런 45타점)이 크게 떨어져 신분조회 자체를 현장에서도 의문으로 받아들였다. 실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잔류했다.고우석도 상황은 비슷하다. 리그 최연소 40세이브(24세 1개월 21일)를 달성하며 개인 첫 구원왕(42세이브)에 오른 지난해 성적보다 올 시즌 크게 부진했다. 잔부상에 시달려 구위가 들쭉날쭉한 탓에 15세이브에 그쳤다. 하지만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 KBO리그에 흔치 않은 '파이어볼러 마무리 투수'라는 점이 매력적일 수 있다. 선수 본인도 해외 진출 의사가 강해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린다. 차명석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고우석의) 포스팅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에 보고해야 한다"며 "일단 어떻게 원하는지 들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KBO 발표 전후 고우석의 에이전트인 리코 에이전시(대표 이예랑) 측에서 16일 구단을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우석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2017년 입단 동기지만, 데뷔 첫 시즌 25경기 등판, 30이닝 소화에 그쳤다. 1군 등록일수도 100일에 불과했다. 현행 KBO리그에선 한 시즌을 온전하게 인정받으려면 145일을 넘겨야 하는데 40일 이상 날짜가 비었다. 2017년을 빼면 '1군 등록일수 6년'으로 포스팅이 가능한 7년에 1년이 부족하다.고우석은 부족한 2017년 1군 등록일수를 국제대회 보상으로 채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7년 9월 제3차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대표팀 참가 일수만큼 주어지던 FA 등록일수 보상을 '포인트제'로 바꿨다. 국제대회 출전에 따른 기본 포인트와 성적에 따른 추가 포인트를 보상하고 선수는 1포인트를 FA 등록일수 1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KBO에 따르면 고우석은 2019년 프리미어12 준우승으로 60일, 2021년 도쿄 올림픽 출전(4위)으로 10일,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1라운드 탈락) 출전으로 10일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금메달로 25일을 보상받았다. 국제대회 보상일수만 100일을 넘겨 무난하게 2017년 등록일수 '145일'을 만들었다. 그 결과 포스팅 7년을 채웠다.고우석의 포스팅이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LG로선 고우석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게 쉽지 않다. 관건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다. FA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면 별다른 보상 없이 선수를 잃어야 할 수 있다. 포스팅은 계약에 따른 이적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1.15 20:00
프로야구

"미안해 하지마" 2008년 뜨거운 눈물 떠올린 국민타자, 자책한 곽빈 감싼 사연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까마득한 후배이자 제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국제대회에서 눈물을 흘려봤고, 동료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황은 달라도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을 후배에게 이 감독은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라고 격려했다. 두산 투수 곽빈은 지난 7일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에 뽑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돌아왔다. 대회 초반 입은 담 증세(등) 때문이었다. 대표팀 동료들은 곽빈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곽빈은 환하게 웃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며 경기에 나서지 못해 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에 국가대표 ‘대선배’이자 소속팀 스승인 이승엽 감독이 조언을 건넸다. 이승엽 감독은 “누구 혼자 따낸 금메달도 아니고 팀원들 모두가 고생해서 딴 금메달이다. 곽빈도 응원 열심히 하고 나름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미안한 마음은 항저우에 두고 이제 잠실(두산)에서 좋은 활약을 했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15년 전 이승엽 감독의 모습이 떠올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내내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던 이승엽 감독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극적인 홈런을 때려낸 뒤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동안 너무 부진해서 팀에 너무 미안했다”라고 말했다.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15년 후 곽빈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터. 이승엽 감독은 “나는 눈물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그날로 다 털어냈다. 다 잊고 결승전에 임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승엽 감독은 쿠바와의 결승전전에서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대표팀은 전승 우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곽빈도 미안한 마음은 대회에서 끝내고, 이제는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잘 던져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곽빈은 이미 AG 중반에 몸 상태가 괜찮아졌다. 다만 매 경기가 치열하거나 압도적인 양상으로 펼쳐졌기에 ‘선발 자원’인 곽빈이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이승엽 감독도 류중일 대표팀 감독에게 직접 곽빈의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곽빈은 팀 복귀 후 캐치볼을 통해 컨디션 점검을 마쳤다. 몸 상태에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된 곽빈은 지난 13일 잠실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리고 곽빈은 복귀전이었던 해당 경기서 6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9탈삼진 1실점 짠물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을 감싼 대선배이자 스승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0.14 06:00
스포츠일반

[항저우AG가 남긴 논란②] 아시아에서도 이류 전락...프로농구 프로배구에 무슨 일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와 남자축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남녀배구는 각각 12강 탈락, 5위를 기록했다. 남자농구는 7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여자농구는 동메달로 체면치레하는데 그쳤고, 야구대표팀도 금메달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농구와 배구는 한국의 대표 인기 프로스포츠 종목이라는 점에서 아시아 3위 안에도 못 들어가는 성적표가 수치스러울 정도다. 국제 종합대회 때마다 프로 구기종목인 농구와 배구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고 자원들이 수준급의 지원과 연봉을 받으며 풀타임으로 운동을 하는데, 이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왜 아시아에서도 '이류'로 전락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유망주 부재다. 단순히 국제 대회 성적 부진만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리그에서도 유망주가 없고, 대형 스타 재목이 나타나지 않아 인기가 사그러드는 게 현실이다. 2022~23시즌 프로배구 정규리그 남녀부 최우수선수(MVP)는 한선수(38)와 김연경(35)이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는 김선형(35), 여자프로농구 MVP는 김단비(33)였다. 남녀 프로농구와 배구 MVP의 평균연령이 35.3세다. 실력에서 이들을 압도적으로 넘어서는 후배가 농구-배구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항저우 대회 대표팀에서 한선수는 남자배구 대표팀의 긴급 호출을 받고 다시 소집됐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김연경을 비롯한 베테랑들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후 성적이 급전직하했다. KBS 해설위원을 맡았던 김연경은 이번 배구대표팀 부진에 대해 “내가 뛰는 동안 미래 세대에 대한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유소년 시스템을 갖춰서 인재를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측면에서 부진 원인은 또 있다. 한국 배구와 농구는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프로리그를 운영한다. 팀별로 두터운 선수층을 갖추지 못해 소수의 뛰어난 선수들이 긴 프로 시즌 동안 집중적으로 혹사당한다. 게다가 혹사당한 팀별 주전 선수들이 고스란히 대표팀에도 차출된다. 남자 프로농구 스타급 선수들의 경우 시즌이 훨씬 더 길고 경기 수가 많은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과 비교해도 한 시즌 경기 수나 평균 출전시간이 엇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NBA의 미국 출신 스타들은 비시즌 동안 대표팀 부담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정도다. 올해 월드컵 미국대표팀은 대학 선발이었다. 반면 선수층이 얄팍한 한국은 농구를 기준으로 할 때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10~15명이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모두 뛰어야 한다. 결국 대표 소집 때마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불참하고, 국제대회 때마다 부상 탓에 주요 선수들의 공백이 속출하니 한국 대표팀의 고유한 색깔을 입히거나 팀워크 훈련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한정된 스폰서 자원이 프로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대표팀을 관리하는 협회는 스폰서 구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임 감독제, 전문적인 스태프 지원, 훈련 환경 지원 등의 지원 활동이 턱없이 적다. 성적이 나오기 힘든 구조적 악순환이 2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대표팀 운영을 하려는 노력도 거의 없었던 것도 문제다. 농구와 배구 대표팀은 국제대회의 경쟁국을 제대로 분석하거나 세계적인 강팀의 트렌드와 흐름을 분석해 적용하는 것조차 전혀 하지 못했다. 한국이 뒷걸음질 하는 동안 다른 아시아팀들은 꾸준히 노력했다. 빡빡한 프로리그가 없는 상태에서 협회가 대표팀에 체계적인 지원을 한 일본 남녀 농구는 괄목할 성장을 보여줬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층을 보유한 중국은 늘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보여준다. 여기에 최근에는 동남아 팀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한국 농구와 배구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윤봉우 배구 해설위원은 이번 항저우 대회의 부진을 한마디로 "한국은 실력에서 졌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정리했다. 안덕수 농구 해설위원은 "일본 여자농구가 어린 선수들을 미국과 호주에 유학시키면서 스피디하고 전원이 3점 공격에 나서는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았다.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구기종목이 당장의 프로 리그 우승이나 인기, 현재 기득권층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 혈안이 된 듯 근시안적인 행정을 보였다. 이게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는 데 치명적인 독소 역할을 했다. 프로리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도 대표팀의 클래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로연맹과 협회가 협업해 멀리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인프라와 선수층을 넓혀가는 게 절실하다. 이은경 기자 2023.10.13 07:29
프로야구

야구, 2028 LA 올림픽 정식 종목 가능성…이번 주 IOC 투표

2028년 열리는 LA(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종목으로 야구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미국 CBS스포츠는 'LA 올림픽에 몇 가지 새로운 종목이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이 제안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라고 10일(한국시간) 전했다. 폭스스포츠는 5개의 새로운 종목으로 야구/소프트볼·플래그 풋볼·크리켓·라크로스·스쿼시를 언급했다.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야구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다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부활했다. 유럽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선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유럽은 야구 인기가 시들하고 저변도 약하다. 반면 메이저리그(MLB)를 운영하는 미국에선 다르다. LA 올림픽에선 야구의 정식 종목 재진입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였는데 실제 그런 움직임이 확인됨 셈이다.케이시 바서맨 LA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번에 제안한 스포츠들은 경기장에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문화를 끌어낸다. 이 스포츠들은 미국과 전 세계의 뒷마당, 학교 운동장, 커뮤니티 센터, 경기장,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관련성이 있고 혁신적이며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스포츠"라고 평가했다.CBS 스포츠는 '파리 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이는 브레이크 댄스가 LA 올림픽의 새로운 제안서에는 제외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모터스포츠, 킥복싱, 가라테도 빠진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0.10 10:01
스포츠일반

야구·핸드볼·하키...대회 13일 차 '한일전' 데이, 구기 종목 자존심 지킬까 [항저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회 13일차가 진행되는 5일, 구기 종목 한일전이 연달아 스포츠팬을 찾아간다. 야구 대표팀은 오후 1시부터 일본과 슈퍼라운드를 치른다. 올림픽·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라면 '라이벌전'으로 표현될 수 있는 대결이지만, 일본은 AG에는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출전시키고 있어 그 무게감이 떨어진다. 한국은 조별예선 2차전에서 대만에 0-4로 패한 전적을 갖고 슈퍼라운드를 치른다. 한일전 무게감보다는 1승을 거두는 게 의미가 있다. 일본·중국전을 모두 승리해야 결승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본은 중국에 0-1으로 패하며 이변을 헌납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부담감을 안고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생순' 신화를 이어가는 한국 핸드볼도 오후 6시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은 여자 핸드볼이 AG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 베이징 AG부터 이전 대회였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한 번을 제외하며 모두 우승했다. 일본과의 전적도 41승 1무 5패로 크게 앞서 있다. 가장 최근 치른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는 25-24, 1점 차 신승을 거뒀다. 여자 하키는 오후 7시 30분,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만난다. 조별리그 A조에서 3승 1무를 기록하며 인도에 동률을 이룬 한국은 골 득실에서 밀려 2위가 됐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한 바 있다. 일본을 꺾으면 2014년 인천 대횡 이후 9년 만에 AG 정상 탈환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은 배구·농구 등 인기 구기 종목들이 졸전을 보여주며 실망감을 안겼다. 남자 농구는 2진으로 나선 일본에 패하며 대진이 꼬이기도 했다. '한일전 데이'에 시선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0.05 10:18
프로야구

류중일 감독 "올림픽보다 선수 컨디션 좋아. 곽빈-문동주 고민"[항저우 2022]

아시안게임(AG) 4연패에 도전하는 류중일호가 결전지인 중국 항저우에 도착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AG 야구 대표팀은 2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류중일 감독은 "(중국 항저우 날씨가) 확실히 덥다"고 웃었다. 대표팀은 29~30일 이틀간 자체 훈련을 소화한 뒤 10월 1일부터 본격적인 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10월 1일 홍콩, 2일 대만, 3일 예선 통과 팀과 맞붙는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사실상 B조 1위 결정전인 대만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다. 특히 이번 대만 대표팀에는 병역 혜택 확대 속에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가 7명이나 합류,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5년 전 AG에 참가한 대만 마이너리그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외 CPBL 선수 10명, 실업 팀 소속 7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류중일 감독은 "남은 이틀 동안 선발 투수를 정해야 한다. 특히 대만전에 곽빈(두산 베어스)와 문동주(한화 이글스) 중 누굴 투입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 다 지난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상무와 연습경기에 나란히 선발등판했다. 이날 대표팀은 상무 측에 양해를 구해 보다 많은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상무에도 대표팀 선수가 섞여 뛸 수 있게 조치했다. 곽빈과 문동주는 각각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류중일 국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만 타자의 스윙 궤적과 둘의 투구 궤적을 함께 고려해 누가 더 상대 타자에게 잘 맞는지, 혹은 안 맞는지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팀 내 컨디션도 변수다. 류중일 감독은 "(류지현, 이종열 등) 과거 올림픽에 다녀온 코치진 말에 따르면 그때보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훨씬 낫다고 한다. 투수들의 컨디션은 다 괜찮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전 AG와 마찬가지로 한국, 일본, 대만 3파전이 예상된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고, 대만은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은 AG에서 일본이나 대만에 덜미를 가끔 잡히곤 했다.류중일 감독은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항저우(중국)=이형석 기자 2023.09.28 16:53
프로야구

[단독] 다카쓰 신고의 당부 “내가 알던 한국 야구 아니야…기본으로 돌아가라”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2008년 어느 날,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감독이 코칭스태프 회식을 열었다. 경기 후 코치들, 그리고 몇몇 고참급 선수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당시 기자도 그 자리에 참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다. 참석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다카쓰 신고였다.당시 다카쓰는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였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네 차례나 구원왕에 올랐던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기도 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그가 마흔 살 나이에 KBO리그에서 뛰는 자체가 놀라웠는데, 사적인 자리에서도 한국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장면도 퍽 인상적이었다.다카쓰가 KBO리그에서 뛴 것은 한 시즌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수로서 직접 뛰고 부딪혔기에 한국야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이해가 높다. 현재 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을 맡고 있는 그에게 KBO리그와 2023년 WBC 4강에서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대해 물었다. 투수 제구력 현저하게 퇴보다카쓰는 "내 입장에서 한국야구 대표팀의 실력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전과 비교하면 투수와 타자들의 기량이 저하됐다. (2023년 WBC에서는) 이전의 한국 대표팀 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MLB와 NPB, KBO리그 모두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그는 특히 한국 마운드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다카쓰는 "한국 투수들의 제구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힘에만 의존해서 공을 던지던데, 요즘에는 시속 150㎞의 빠른 공도 타자들이 잘 쳐낸다. 그럴수록 투수에겐 세밀함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어떤 경기나 선수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다카쓰가 본 장면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한국-호주전(3월 9일), 한국-일본전(3월 10일)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은 두 경기에서 무려 17이닝 동안 21자책점(팀 평균자책점 11.12)을 기록했다.특히 일본전 4-6으로 뒤진 6회 말 무사 3루 위기에서 등판한 김윤식, 정우영, 이의리의 부진이 뼈아팠다. 코너워크를 할 제구가 안 되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투구할 구위와 배짱은 없었다. 이 순간, 한국 투수와 일본 타자의 격차는 어느 때보다 컸다. 몇 몇의 잘못도 아닌, 한국 마운드의 총제적인 문제가 드러난 장면이었다.다카쓰는 "사실 이건 기본기의 문제다. 투수는 학창 시절부터 (좋은 폼으로) 많이 던져야 한다. 나도 수백 개씩 투구했다. 불펜에서도 많이 던졌고, 타자들의 훈련을 도우면서 또 던졌다"고 말했다.그가 말하는 건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많이 던질수록 투수의 팔이 단련되고, 제구도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투구 수 관리를 중시하는 현대 이론과 배치되기는 한다. 다카쓰는 투수의 기량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충분히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선수 시절 다카쓰는 '특별한 공'을 던지지 못했다.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한 그는 선발 투수로서 자리 잡지 못하다가 구원 투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속 130㎞대의 주 무기 싱커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으로 던졌다. 어려운 공이 아닌 것 같은데 그를 상대한 타자들은 정타를 맞히지 못했다. 더 던지고, 더 연구하는 일본 투수들다카쓰가 KBO리그 선수로 뛰었던 2008년은 한국 야구의 전성시대였다. 한국 야구는 그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과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2009년 WBC에서는 일본과 5차례 명승부(2승3패)를 벌이며 준우승을 차지했다.다카쓰는 "기본적으로 한국 야구의 수준은 높다고 생각한다. (발전) 가능성이 큰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대표팀의 기량이 일본 팀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온 립서비스일 수 있다. 그래도 10여 년 전에는 크지 않았던 한일 야구의 격차가 몇 년 사이 더 벌어진 건 틀림없다.2023년 WBC 최우수선수(MVP) 오타니 쇼헤이뿐 아니라, 일본에는 체격과 파워가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채 여전히 김광현‧양현종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KBO리그와 크게 대비됐다.다카쓰는 "일본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 방법이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타자의) 파워와 (투수의) 스피드가 향상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옛날 선배들보다) 많이 훈련하고, 연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야구의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대등해지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거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김식 기자◆다카쓰 신고(高津臣吾, 1968년 11월 25일~)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1994년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시작으로 네 차례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4년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뒤 2006년 야쿠르트로 복귀했다. NPB 통산 286세이브, MLB 통산 27세이브를 기록하며 사사키 가즈히로에 이어 두 번째로 미‧일 300세이브를 돌파했다. 또 2008년에는 KBO리그(8세이브), 2010년에는 대만 프로야구(CPBL, 26세이브)를 경험했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 팀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뛰다 2014년부터 야쿠르트 투수 코치를 맡았다. 2020년 야쿠르트 감독에 오른 뒤 2021년 센트럴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23.09.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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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토 쓰토무의 혹평 “한일 격차 30년 벌어졌다. 선후배 야구 끝내라”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제2회 WBC 결승에서 일본과 맞붙은 2009년 3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이토 쓰토무는 당시 일본 대표팀의 수석코치였다. 최근 본지와 도쿄에서 만난 그는 "정말 힘든 승부였다. 앞서 1‧2라운드 네 차례 대결에서 2승 2패로 맞서면서 일본 스태프는 '어떻게 하면 한국을 이길까'라는 생각만 했다"며 "연장전 끝에 일본이 이기기는 했지만, 당시 한국 야구의 기술력, 정신력은 정말 대단했다. 류현진‧봉중근‧임창용 등이 주축이었던 마운드는 역대 최고였다"고 떠올렸다.일본 프로야구(NPB) 전설적인 포수 출신 이토는 이후 한국 야구와 교류하기 시작했다. 2011년 LG 트윈스 인스트럭터, 2012년 두산 베어스 수석 코치를 맡았다. 2004년 세이부 라이온스 감독을 맡아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그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토는 "10년 전 한국 야구는 일본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그런 그에게 지난 3월 2023년 WBC는 오히려 상당한 충격이었다. 호주에 7-8로 진 한국은 일본에 2-13으로 대패,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토는 "한‧일 야구의 격차가 30년 정도로 벌어진 것 같다. 일부 선수는 뛰어나지만, 대체적으로는 일본과 큰 차이가 난다. 선수 기량도 그렇지만, 구단 운영이나 구장 환경, 리그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일본에 뒤처졌다"고 혹평했다. 기본기 위에 파워를 더한 일본이토는 "일본 야구는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히 발전했다. 다르빗슈 유, 오타니 쇼헤이 같은 선수가 메이저리그(MLB)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2023 WBC는 일본 선수들의 힘과 체격에 눌린 대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파워로 일본 야구의 정밀한 기술을 상대했다. 그러나 이제 오타니(1m93㎝), 다르빗슈(1m96㎝) 등 빅리거는 물론 일본 리그(NPB)의 사사키 로키(1m90㎝) 무라카미 무네타카(1m88㎝) 등이 한국을 힘으로 압도했다. 이토는 "바로 그게 일본이 달라진 점이다. MLB를 통해 새로운 훈련법을 받아 들였고, 단백질보충제 등 식이요법도 발달했다. 그 결과 벌크업에 성공한 것"이라며 "요즘 일본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마냥 쉬지 않는다. 소속팀이 달라도 합동훈련을 한다. '세계제일'이 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일본 야구의 발전 동력은 '융복합'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크게는 MLB 선수들과 교류하고, 작게는 일본의 센트럴리그(요미우리, 한신, 주니치, 야쿠르트, 히로시마, 요코하마)와 퍼시픽리그(오릭스, 롯데, 소프트뱅크, 라쿠텐, 세이부, 닛폰햄)가 경쟁하는 것이다. 이토는 "몇 년 전 퍼시픽리그에 홈런 타자와 강속구 투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런 흐름이 기교 위주의 승부를 하는 센트럴리그로 옮겨졌다. 단단한 기본기 위에서 힘의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토는 경쟁 의지와 도전 정신의 결여가 한국 야구의 퇴보를 불러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3년 한국 대표팀에 (30대 중반인) 김광현과 양현종이 포함된 걸 보고 놀랐다. 그만큼 젊은 선수가 없다는 거다. 구원 등판한 몇몇 투수는 솔직히 말해서 '저 선수가 프로인가?’'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도 부족해 보였지만,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WBC 결승전을 앞두고 오타니가 일본 동료들에게 했던 연설이 화제였다. MLB 스타들이 즐비한 미국 대표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그는 "저들을 동경한다면, 저들을 넘어설 수 없다. 오늘은 존경을 접어두고 승리만을 생각하자"고 팀메이트를 독려했다. 이토는 "그 연설이 울림을 줬다. 달리 생각하면, 일본을 위협했던 한국이 2023 WBC에서는 일본을 동경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선 이길 수 없다"고 부연했다.지난 10년 일본 야구가 '빅스텝'을 밟으며 MLB를 따라잡는 동안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이토는 "일본은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10년 전까지 일본 야구를 배우고, 일본과 경쟁했던 한국이 언제부터인가 미국만 좇기 시작했다. 치열한 노력과 충분한 기본기 없이 미국을 따라만 하니까 잘 될 수 있겠는가. 아시아인의 체격과 스타일은 미국과 다르지 않나. 한국 야구는 거기서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은 왜 교류도, 도전도 않나이토는 "한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을 했던 시기 KBO리그도 정말 강했다. 김성근 (당시 SK 와이번스) 감독이 일본 야구의 세밀함과 한국 야구의 역동성을 더해 좋은 플레이를 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야구가 그때보다 나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1990년대 한일 슈퍼게임을 떠올려 보자. 선동열 같은 특출한 선수를 제외하면 한국 대표팀 내에서도 다른 선수들의 기량은 떨어졌다. 2010년 전후로 한국 야구가 전체적으로 강해졌다고 느꼈으나, 지금은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KBO리그 마운드가 강해지면 그들을 상대하는 타자들의 기량도 함께 향상될 것이다. 현재 한국 야구의 문제는 투수력”이라며 아쉬워했다.이토는 "한국에서 코치를 했을 때 경험했던 선수들의 열정을 기억한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그들을 제대로 지원해줬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한국은 '선후배 야구'를 타파해야 한다. 특정한 인맥이 팀을 장악하고, 그 위계가 대단하더라. 선수가 코치에게, 코치가 감독에게 다른 의견을 내지 못하는 문화가 있었다. 감독이 답을 정해놓으면, 다들 따라야 하는 거다"라면서 "일본 센트럴리그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 발전하지 못한다. 센트럴리그도 그걸 극복했기에 발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KBO리그 선수가 NPB에서 뛴 건 김태균(롯데) 오승환(한신) 이대호(소프트뱅크) 등이 마지막이다. 2015년 이후 일본 리그에 도전하는 선수가 없었다.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 이유도 있고, KBO리그에서 받는 몸값이 일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사이 KBO리그는 고립됐고, 약화했다. 이토가 KBO리그의 변화를 바라는 이유다.이토는 "변화하려면 교류해야 하고 경쟁해야 한다. 융복합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선수층이 얇아 고민이라는 기자의 말에) 그렇다면 아시아 쿼터(외국인 선수 제한과 별도로 아시아의 다른 국적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제도. 축구‧농구‧배구 등에서 도입했거나 시행 예정이다) 같은 제도도 고려해 볼만 하지 않나. 과거 재일동포 선수들이 KBO리그에 자극제가 됐듯, 경쟁이 치열해지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묻고, 답하고, 도전하고, 경쟁해야 한다. 한국 야구가 다시 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일본)=김식 기자◆이토 쓰토무(伊東勤, 1962년 8월 29일~)NPB에서 22년 동안 뛰며 퍼시픽리그 14차례 우승, 일본시리즈 8차례 우승을 이끈 포수. 1982년 세이부 라이온스에 입단, 뛰어난 포구 능력과 공 배합을 앞세워 3년 차에 주전 포수로 성장했다. 2003년 마흔한 살 나이에 은퇴할 때까지 세이부 안방을 지키며 골든글러브를 7차례나 받았다. 타자로서는 통산 타율 0.247, 156홈런을 남겼다. 선수 은퇴 직후인 2004년 세이부 감독을 맡아 그해 퍼시릭리그와 일본시리즈를 제패했다. 2011년 LG 트윈스 인스트럭터, 2012년 두산 베어스의 수석 코치를 맡아 KBO리그를 경험했다. 2013년부터 5년간 NPB 롯데 마린스 지휘봉을 잡았고, 현재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2023.09.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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